안녕하세요. 어느덧 4월 중순의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한낮의 기온은 일 하기 조금 덥다고 느껴지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평년 대비 봄에 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았는데, 2024년은 엘니뇨 현상과 지구온난화가 겹쳐 이상 기후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 그렇다고 합니다.
경운 작업(로터리)
농업기술센터에서 임대한 관리기로 경운 작업을 하고, 직접 구입한 소형 관리기로 시험 삼아 한 번 더 했으나, 비가 하루 걸러 한 번씩 오다시피 하여 배토기(배토 작업용 관리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농기구(쇠스랑)로 3일 정도 고랑의 흙을 이랑으로 끌어올리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비 온 뒤에 흙 파는 작업을 하면 이렇게 굳은 흙 덩어리가 생겨서 좋지 못하지만, 일정이 늦어져 어쩔 수 없이 진행했습니다.
일하는 와중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형광색 옷에 달라붙었습니다. 작업동 하우스 만들 때도 텐텐지(흰색 부직포의 하우스 피복)를 설치하니 어느새 20~30 마리의 무당벌레들이 날아와 붙어있는 것을 보았는데요. 이 녀석들 밝은 색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땅 만들기(떼알구조) 작업
고추 모종을 정식하기 전까지 밭에 매일 물(소량의 액비 + 미생물)을 적당히 주어 미생물을 늘리며 떼알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년에 설치한 관수시설(점적시설)을 해체하여 주요 부품들이 작업동에 보관 중이며 다시 설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동력 분무기로 고래통(600리터 검은색 통)에 물과 오래된 산야초 액비를 뿌리기로 했습니다.
무려 2시간을 동력 분무기에 살수기(물 주기 전용 약대) 약대를 부착해 이랑에 물을 뿌렸는데 겨우 밭의 1/3 정도밖에 진행하지 못했고, 체력이 떨어져 포기했습니다. 아무래도 동력 분무기로 밭 전체에 물을 충분히 뿌리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점적 테이프를 이용한 관수 시설의 고마움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점적 테이프를 설치한 경우 밭 전체에 2~3톤을 관수하는데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어서 빨리 관수시설 재설치하는 것으로 작업 일정을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초매트 덮기
다음날 관수시설을 설치하기 전에, 제초매트를 덮는 작업을 먼저 해 놓고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점적 테이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제초매트를 이랑의 가운데로 걷어 올린 후 고정핀으로 감싸 흙에 박아 놓습니다.
이랑 위에 올려진 제초매트를 중앙으로 정렬하기 위해 중앙에 기준이 되는 줄을 양쪽 끝 파이프 지지대에 묶었습니다. 제초매트를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살짝 눌러주는 역할도 합니다. 작물을 심을 구멍은 작년에 50cm 간격으로 뚫어 놓았기 때문에 4칸마다 25mm 인발 파이프를 박아주면 됩니다. 하지만, 구멍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각 이랑의 첫 번째 박는 파이프는 이랑을 수직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기준 줄을 띄워야 했습니다.
제초매트의 중앙 구멍 난 부분이 이랑의 중앙에 놓이고, 각 이랑의 제초매트 첫 구멍들이 같은 위치에서 시작하도록 제초매트를 당기거나 밀어주니 파이프를 박고 나서 밭의 가로 방향과 세로 방향으로 파이프들이 가지런하게 위치했습니다. 제초매트에 중앙과 1미터 길이마다 흰색 선이 그려져 있으면 얼마나 작업하기 편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초매트를 덮고 있는데, 땅 속에서 청개구리 한 마리가 튀어 올라왔네요.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농사짓는 동안 청개구리가 밭에 자주 찾아옵니다. 아니, 밭에서 사는 것 같습니다.
파이프(인발) 박기
저는 2m 높이까지 충분히 높은 지지대를 설치하고 싶어서 인발 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1m 길이의 인발 파이프를 땅에 50cm 박고 나서, 1m 50cm의 일반 파이프를 추가로 꼽아주면 2m 높이의 지지대가 마련됩니다. 장점은 1m 파이프를 깍지(인발 파이프 찌그러짐 방지를 위한 커버)를 씌우고 망치로 박기 때문에 작업이 쉽습니다. 단점은 1m 50의 추가 파이프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드릴 작업(피스 박아주기)이 필요합니다. 친환경으로 무경운 밭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시설을 한 번 설치해서 계속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만약, 매번 농사가 끝나고 시설을 제거해야 한다면 이런 방법은 절대 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제법 들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제초매트를 고정하는 아연 도금된 고정핀을 박기 전에 위치 확인과 뽑을 때 편의를 위해 고추줄을 하나씩 묶어 주었는데요. 뜨거운 햇빛과 비를 맞으면서 쉽게 끊어지고 풀어져서 이번엔 전선 작업용 타이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열에도 강하고 내구성도 좋다고 하는데, 사진만 보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을 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고정핀에 묶고 나니 내구성만 좋다면 오히려 걸리적거림이 적어서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몇 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올해 지켜봐야겠습니다.
바쁜 4월
파종하고, 육묘하고, 밭 준비하고, 시설 설치하고 등등 농부의 4월은 농사 준비로 너무너무 바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황량하던 잿빛 밭에 녹색 작물들이 가득할 생각을 하며 모종과 밭을 준비해 나가는 일이 재밌는 구석도 많습니다. 육묘판에서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쑥쑥 자라는 모습은 더욱 그렇습니다.
한 해의 시작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으실 모든 분들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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