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했던 장마가 지난 후

 이런 날씨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양의 비를 내리고 오랫동안 머물던 장마가 지나갔습니다. 모가농장의 밭은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해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나, 너무 많은 양의 비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내리다 보니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해 정리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장마 전과 장마 후 밭의 모습

 장마 전 고추 밭은 하나 둘 붉어지기 시작하는 상태였고, 호박(단호박, 국수호박)은 일부 수확을 시작하는 시기였습니다. 무경운 목적으로 만든 밭은 경사진 방향으로 두둑을 만들어 배수가 굉장히 잘 되어 비가 많이 내려도 골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두둑은 넓기도 하지만 높이도 높은 편이어서 쉽게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장마 전 고추, 단호박, 국수호박

 국수호박이 일찍부터 주렁주렁 많이 열렸고, 단호박 또한 큼직하게 과를 맺었는데요. 작년처럼 공중재배 시설은 하지 못해 포복 재배로 키웠습니다. 호박 줄기가 발 디딜 틈도 없이 왕성하게 뻗어나가 방제 작업이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자닮식 농법으로 만든 천연살균살충제인 자닮오일+자닮유황+은행삶은물을 기본 5일 주기로 방제하고, 각종 친환경 액비를 관주 하여 고추와 호박 모두 건강하게 자라 주었습니다.

 

장마 후 호박(단호박, 국수호박) 초토화

 배수가 아무리 원활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양의 비를 맞으니, 호박은 90% 이상 물을 먹어 썩어 들어가게 되고 고추 또한 잎마름병이 군데군데 발생하거나 시들해지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박과류 작물을 노지에서 포복재배하여 장마에 더욱 취약했는지, 공중재배나 비가림 시설을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시설이 여의치 않은 경우 장마 이전에 최대한 수확할 수 있도록 봄 정식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호박 밭 장마 후처리 작업

 장마로 예상보다 일찍 빈 두둑이 생기게 되어, 9월 초에 김장 배추를 재배할 땅 만들기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썩어가는 호박들은 액비로 만들고, 줄기는 아직 발 내딛기도 힘든 장마로 질퍽해진 땅에 걷기 수월하도록 쌓아 올려두었습니다.

호박 두둑 정리

 호박 잔해가 제초매트 위에서 말라 붙을 것 같아 분무기로 물청소를 간단히 해주고, 두둑 가운데로 모아 놓았습니다. 8월 초에 유기농 퇴비를 뿌리고 미생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배추를 심기 2~3일 전에 땅속 벌레나 유해균 퇴치를 위해 자닮오일+자닮유황+은행삶은물을 뿌려줄 계획입니다.

 

수확 후 썩은 과 정리

 얼마 남지 않은 멀쩡해 보이는 호박들을 수확해 집으로 가져와 후숙을 시키고 있으나 장마로 인해 썩는 과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양도 예쁘고 크기도 좋았던 호박이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액비로 활용하기 위해 다시 밭으로 가져가고 있는데, 이래저래 힘이 두 배로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의도치 않게 액비 부자가 되었네요. 하하! 액비 종류도 많아졌는데, 다음해 작물 재배 시 적절히 활용해야겠습니다. 

 

다분지 고추밭 장마 후 상태

 장마로 물러져 떨어진 고추와 노랗게 시든 잎들을 정리한 후 모습입니다. 담배나방에 시달리고 장마에 뿌리와 잎이 약해졌지만 넘어지지 않고 버텨주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둑 위로 지지대 높이가 2m인데, 장마 전에 고추나무 키가 이렇게 가다 2m 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로 너무 자라는 것 같아 걱정되었는데, 장마가 끝난 지금 1.5m 정도에서 멈추었습니다. 

 

 장마 중간에도 비가 그칠 때마다 방제 작업과 액비 관주를 해주었는데, 워낙 많은 비로 인해 많은 흙 속의 많은 양분이 유실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장마가 끝난 후부터 이전보다 짧은 간격으로(2~3일) 액비를 넣어주고, 1주마다 미생물 양도 늘려서 넣어주며 방제 작업도 3~4일 주기로 해주고 있습니다. 병들고 노랗게 시들었던 잎들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힘내세요

 장마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보상과 주변의 도움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또한 안전하시길 바랍니다.